과학동아

기사

  • 특집
  • 기획
  • 화보
  • 주요기사
  • 연재
  • 책
  • 인포그래픽
  • 만화
과학동아 목차보기

> 기사 > 특집

2013년 9월

Part 2. 항해 : 뇌지도를 만들기 위한 4가지 전략 (공개)

출판일 : 2013년 9월
인쇄하기



1000억은 큰 수다. 우리은하 안에 있는 별의 숫자가 대략 그 정도다. 그런데 인간은 모두 머릿속에 이 큰 수를 품고 있다. 바로 뇌 안에 들어 있는 신경세포의 수다.

하지만 뇌에서 더 중요한 것은 신경세포가 아니다. 이들 사이의 연결(시냅스)이다. 대뇌의 가장 바깥 조직인 신피질에 있는 200억 개의 신경세포는 각각 평균 7000개씩의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돼 있다. 대뇌 전체로 보면 약 150조 개의 시냅스가 있다.
1000억 개의 별이 있는 우리은하를 한눈에 보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별 자체가 아니라, 별과 별을 잇는 150조 개의 미세한 끈이 주인공이라면 더더욱 난해해진다.




1. 뇌에도 ‘위성지도’와 ‘정원 지도’가 있다

뇌지도는 이런 뇌를 좀더 제대로 항해하도록 도와줄 획기적인 도구다. 뇌지도를 만드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 아이디어가 있다. 큰 곳에서 시작해 자세히 들어가는 방법과, 작은 곳에서 시작해 큰 지도를 만드는 방법이다.

구글지도를 보자. 세계지도가 보일 것이다. 확대하면 아시아, 한반도 순으로 나타나고, 잠시 뒤에는 여러분이 사는 동네까지 볼 수 있다. 조금만 더 확대하면 집의 형태나 마당의 모양까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원을 장식한 꽃의 종류까지 확인할 수 있을까. 아직은 한계가 있다. 언젠가는 극복될 한계지만.

도시계획가라면 위성지도만으로 충분하다. 정원사는 다르다. 세계지도나 한반도, 도시의 도로 구조보다는 마당이 궁금한데, 위성으로는 마당 안쪽을 볼 수 없다. 대안은 직접 가보는 것이다. 가서 마당의 크기를 측량하고 꽃의 종류를 기록한다. 지나는 사람의 동선을 관찰하고, 필요하면 직접 대화도 나눈다.

정원사의 방법은 느리고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하지만 궁금한 정보를 더 확실히 얻을 수도 있고, 때로는 유일한 방법일 때도 있다. 도시계획가의 인공위성 지도와 정원사의 마당 지도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는 말할 수 없다. 둘은 각각 쓰임이 다를 뿐이다.

뇌지도도 비슷하다. 뇌라는 하나의 대상을 놓고 지도를 그리기 위해 도시계획가와 정원사가 출동했다. 뇌의 도시계획가가 주로 사용하는 것은 첨단 영상장비다. 약 20년 사이 뇌과학 연구의 상징이 된 fMRI(기능자기공명영상)와 PET(양전자방출단층사진), MRI의 특수한 변형인 DTI(확산텐서영상)가 대표적이다.



영상장비의 단점은 빨라야 초 단위 간격으로만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처럼 한 순간의 뇌 활성을 측정할 수는 있지만, 변화는 잴 수 없다. 또 해상도(사물을 구분해 보는 능력)가 높지 않아 자세히 보는 데 한계가 있다. fMRI와 PET은 약 2~4mm 정도의 뇌 영역을 구분할 수 있다. 가장 성능이 뛰어난 MRI는 이보다 약간 나은 1mm 정도를 구분할 수 있다.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은 뇌파(EEG)와 뇌자도(MEG) 등 전자기 신호 분석으로 보완할 수 있다. 정범석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MEG는 밀리초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다”며 “뇌의 바깥만 측정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fMRI, DTI 등과 함께 쓰면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상도는 계속해서 기기의 성능을 높여 해결하고 있다.

뇌의 정원사는 대상과 가까운 시각으로 본다. 그래서 미세한 세포와 세포 사이의 연결(시냅스)까지 추적할 수 있다. 여기에는 영상장비보다는 생물학적인 방법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김진현 KIST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 책임연구원은 녹색형광단백질(GFP)로 뇌세포의 연결, 즉 시냅스를 찾은 뒤 광학현미경으로 추적해 쥐의 신경망 지도를 만들고 있다. ‘엠그래스프(mGRASP)’라는 기술이다. 먼저 GFP 분자를 두 부분으로 나눈 뒤 서로 가까워지면 마치 스위치가 켜지듯 형광을 내도록 조작했다. 그 뒤 쪼개진 GFP를 시냅스 전후에 있는 신경세포 끝에 각각 넣었다. 만약 그곳이 시냅스가 맞다면 두 분자는 가까운 거리(시냅스의 평균 간격인 20nm(나노미터, 10억 분의 1m) 이내)에 놓여 있을 것이고, 그 결과 형광을 낸다. 이 형광을 광학현미경으로 읽으면 그곳에 시냅스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기존의 다른 방법보다 세밀하며 실수가 적다. 김 연구원팀은 이 기법으로 신경망을 찾은 뒤 이를 3차원으로 표현해주는 컴퓨터기술까지 연구해, 지난해 1월 학술지 ‘네이처 메소드’에 발표했다.

광학기술을 이용해 시냅스를 추적하는 기술에는 그밖에도 신경세포에 다양한 형광색소를 주입한 뒤 무작위로 붙여 개별 신경세포를 확인하는 ‘브레인보우’ 기술(결과 영상을 보면 세포 하나하나가 각각 빛나 알록달록한 무지개 빛으로 보이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과 최근 네이처에 실린 정광훈 미국 MIT 교수의 ‘투명뇌’ 기술(7월호 ‘투명한 뇌, 우울증 신경을 찾다’ 참조), 그리고 소수지만 광유전학(1파트 참조) 기술 등이 뇌지도를 그리기 위해 경합하고 있다.

시냅스를 연구하는 기술과, 뇌의 전체적인 ‘영역’과 기능 변화를 보는 기술은 전혀 다르다. 김진현 연구원은 “신경섬유의 길이는 밀리미터나 센티미터 단위로 길지만, 굵기는 나노미터나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매우 가늘다”며 “결국 나노미터부터 센티미터까지 함께 연구해야 하지만 (해상도가 mm 수준인) 현재의 MRI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도시계획가’들은 세포 사이의 연결을 추적하는 ‘정원사’의 기법이 아직 뇌 전체의 영역을 거시적으로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용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환자를 보면 (임상적으로는) 전혀 다른데, 분자나 세포 수준에서 보면 비슷해진다”며 “세포 수준에서는 (연구가 쌓여) 이해도가 높아졌지만, 아직은 임상과의 연결 고리가 느슨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뇌지도 연구자들은 꿈을 버리지 않는다. 만약 정원 지도와 위성지도를 합칠 수 있다면, 지구를 처음 보는 외계인에게 “지구란 바로 이런 모습이다”라고 한번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뇌지도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 전에 두 지도를 각각 완성하는 게 먼저다. 그것만으로도 뇌는 무한한 공간이다.





2. ‘네트워크’ 뇌에서 ‘항공로’를 찾는다

“요즘 뇌과학에서는 ‘그래프 이론’이 대세입니다.”

브레인 맵을 취재하기 위해 찾은 뇌과학 연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던 말이다. 그래프 이론은 요즘 유행하는 ‘네트워크 과학’의 수학 버전으로, 점과 점 사이를 연결하는 방법에 대한 이론이다. 전국의 광역시와 서울을 지도에 표시하는데, 대구와 부산 사이에 연결선이 없는 대신 둘 다 서울과는 연결돼 있다고 가정해 보자. 대구에서 부산에 가려면 한 시간이면 충분한 직선 코스 대신 일단 서울을 들렀다가 다시 부산으로 가야 할 것이다(이렇게 연결선이 몰리는 서울 같은 곳을 ‘허브’라고 한다. 인천공항은 스스로를 ‘허브 공항’이라고 부른다).

이런 ‘선긋기 놀이’는 뇌 안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놀랄 일은 아니다. 뇌의 본질이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아니라, 이들이 만드는 150조 개의 연결, 즉 시냅스이기 때문이다.

뇌 기능 연구에서 ‘선긋기’에 주목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뇌는 특정 영역이 특정 기능을 도맡아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뇌의 일부가 망가져도 다른 영역이 그 일을 대체하곤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뇌 가소성’이라는 성질이다. 이종민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는 “뇌에 중추적인 기능은 있지만, 특정 영역 하나가 모든 기능을 100% 하는 건 아니라는 연구가 최근 대세”라고 말했다.

뇌가 영역별로도 ‘선긋기’를 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 것은 그 이후다. 연구해 보니 뇌 역시 특정 영역이 ‘허브’로 존재하는 항공로와 같은 구조였던 것이다. 허브를 통해 연결돼 있으니, 만약 어느 영역이 망가져도 다른 지역을 우회하면 그 기능을 대체할 수가 있던 것이다.

뇌의 연결성은 뇌질환을 진단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정용 교수는 “수학적으로 정량화가 돼야 질병을 진단하는 ‘바이오마커’로 쓸 수 있는데, 최근 뇌 네트워크 분석이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보자. 이종민 교수는 “진행이 많이 된 치매 환자를 네트워크 분석(그래프 분석)을 통해 진단해보면, 허브에 해당하는 영역이 더 많이 망가져 있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더 중요한 영역이 파괴되면 질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연결망의 ‘효율’을 측정할 수도 있다. 임창환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는 “조현병이나 치매 환자는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연결되는 경로가 (다른 영역을 많이 거치도록) 길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거쳐가는 경로가 많으면 뇌의 효율은 떨어지고, 이것도 뇌질환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의 뇌과학자들도 이런 영역별 연결성에 주목하고 있다. ‘휴먼커넥톰프로젝트’다. 2009년부터 5년 동안 미국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3850만 달러(약 432억 원)의 예산을 받아 진행 중인데, 뇌의 기능적, 해부학적 연결성을 함께 파헤치는 게 목적이다.

원래 커넥톰은 신경신호가 지나는 ‘길’을 모은, 일종의 뇌 네트워크 지도다. 1986년 과학자들은 예쁜꼬마선충의 뇌에 있는 302개의 신경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해 그 안에 있는 모든 시냅스(7000개 이상)를 찾고 이를 뇌지도로 만들었다. 휴먼커넥톰프로젝트는 이를 확장해 사람의 뇌 네트워크를 찾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세포를 하나하나 연결해 추적하는 게 아니라, 뇌의 영역간 네트워크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기능적 네트워크).

이 연구는 두 개의 연구 그룹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300쌍의 쌍둥이와 그 형제 1200명의 뇌를 fMRI, 뇌자도, 확산MRI 등 다양한 장비로 관찰해 유전자와 함께 비교하는 워싱턴대-미네소타대 연구팀이 있다. 두 번째인 하버드대, UCLA, 메사추세츠병원 연구팀은 이런 영상 기기의 성능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 자폐, 조현병 등 뇌질환을 고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3. 세밀하게 본다

“우리나라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그걸 고민해야죠.”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를 찾았을 때, 조장희 소장(석좌교수)은 한창 파워포인트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간의 연구 성과와 발표자료, 해외 연구동향 등이 일사불란하게 화면 뒤로 넘어갔다. 벽에는 두뇌 속을 찍은 MRI 영상 사진이 가득했다. 뇌과학연구소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해상도를 자랑하는 7T(테슬라) MRI로 찍은 영상이었다.

MRI는 자기장이 셀수록 세밀하게 뇌 내부를 관찰할 수 있다. 자기장 단위가 테슬라다. 7T MRI는 국내엔 유일하게 가천의대에만 있고, 세계적으로도 40대 정도밖에 없는 첨단 장비다. 여기에 PET 영상을 추가로 찍은 뒤 두 영상을 합쳐 보다 세밀하게 뇌의 구조와 기능을 알아낼 수 있다.

벽에 걸린 사진은, 최근 감정을 담당하는 대뇌 변연계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4개의 ‘감정 조절 섬유’였다(7월호 ‘투명한 뇌, 우울증 신경을 찾다’ 참조). 최고의 장비로 만든 가장 상세한 뇌 영상에서 찾은 최초의 성과다. 조소장이 ‘우리나라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말한 배경에는 “그것이 바로 우리가 개발한 뇌 영상기기”라는 자신감이 놓여 있었다.

조 소장은 뇌영상 기술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1970년대에 PET를 처음 개발해 본격적인 뇌영상 시대의 문을 열었고, 최초는 아니었지만 MRI와 CT(컴퓨터단층촬영)까지 자체 개발했다. 덕분에 한국은 뇌과학 연구를 주도하는 주요한 뇌영상장비의 원천기술을 모두 보유한 몇 안 되는 나라가 될 수 있었다.

조 소장을 찾은 것은 고성능 영상장비나 새로운 심경섬유 다발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천의대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뇌지도를 완성했다. 그것도 구조와 네트워크를 모두 밝힐 수 있는 다목적 지도다. 바로 7T MRI로 완성한 ‘뇌 회백질지도(7T MRI Brain Atlas)’와 ‘뇌 백질지도(7T MRI Brain White Matter Atlas)’다.

회백질지도는 뇌의 표면에 해당하는 회백질(신경세포의 세포체가 모여 있는 부위)을 정교하게 영상화한 지도로 2010년 완성했다. 백질지도는 신경섬유 부분이 모여 있는 부위로, 작년 11월 완성했다. 조 소장은 “회백질지도는 뇌의 해부학적 지식을, 백질지도는 신경의 네트워크를 알려준다”고 말했다.

감정조절 신경섬유 역시 백질지도를 이용해 공들여 찾은 것이다. 여러 명의 연구자가 몇 달 동안 데이터를 분석해 신경섬유 한가닥 한가닥을 찾아냈다. 조 소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섬유 다발을 찾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김영보 부소장은 “계속 놀라운 연구가 나올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이 ‘뇌지도 전쟁’을 펼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두 개의 뇌지도로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뇌과학연구소는 MRI를 다시 세계 최고 수준(14T)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또 연구 결과를 치료에 응용할 방법을 구상 중이다. 조 소장과 김 부소장은 “상세한 뇌지도를 이용하면 심부뇌자극술(DBS, 뇌에 전극을 꽂아 질환 부위에 직접 전기자극을 줘 치료하는 기술)을 더 성공적으로 시술할 수 있다”며 “한국에 DBS센터를 만들면 난치성 뇌질환 치료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 변화와 차이를 본다

미국과 유럽의 떠들썩한 경쟁과 관계없이 유유히, 하지만 강력하게 뇌과학계를 뒤흔들고 있는 뇌지도가 또 있다. 미국의 앨런뇌과학연구소가 만든 ‘앨런 브레인 아틀라스’다. 앨런뇌과학연구소는 빌게이츠와 함께 MS를 세운 폴 앨런이 1억 달러(1110억원)를 기부해 세운 뇌과학 연구소다. 2003년 설립됐는데, 쥐부터 사람까지 다양한 동물의 뇌를 지도로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최초의 쥐 뇌지도는 2004년, 쥐의 전체 유전자 발현을 보여준 뇌지도는 2006년에 완성했다. 이후 쥐의 뇌 발달지도와 척추지도, 영장류 뇌지도, 쥐 연결성지도, 인간 뇌지도 등을 완성했다. 그 중 백미는 작년 9월 ‘네이처’에 발표한 ‘인간 뇌전사체지도’다.

전사체란 유전자를 토대로 복사한 유전 물질(전사물질), 즉 전령RNA(mRNA)의 모음을 의미한다. 몸 안에 있는 모든 세포는 똑같은 게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관, 조직마다 세포의 모습과 기능이 각각 다르며, 같은 세포라고 해도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사용하는 유전자의 차이 때문이다. 유전자 자체는 전체 계획을 담은 설계도일 뿐이며, 실제로는 어떤 유전자를 얼마나 사용하느냐에 따라 세포의 기능과 역할이 결정된다.






세포가 사용하는 유전자를 어떻게 알아낼까. 답은 세포 안에 있다. 마치 교과서에서 시험에 나올 부분만 골라 노트에 적어두듯, 세포는 자신이 사용할 유전자만 따로 골라 ‘노트 필기물’인 전령RNA를 만든다. 이런 전령RNA를 모두 찾아 종류를 확인하면 그 세포나 조직이 사용하는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다.

뇌는 기억과 학습을 거치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서도 변한다. 뇌는 끊임없이 뇌세포를 새롭게 연결하며 이 과정에서 특정한 유전자가 사용된다. 전사체지도가 뇌지도 작성에 특히 유용한 이유다.

‘앨런 브레인 인간뇌전사체지도’는 24세와 39세의 미국 흑인 남성의 뇌를 이용해 만들었다. 먼저 뇌 전체의 MRI 영상을 찍고 조직과 해부학적 구조를 촬영한 뒤 뇌를 약 1000개의 조각으로 잘게 잘라 부위별로 전사체를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뇌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의 전체 지도, 즉 뇌단백질체(프로테옴)지도를 만들고 있다. 유전자를 사용하는 과정의 중간 결과물이 전령RNA라면, 최종 결과물의 모음은 단백질체다. 뇌단백질체지도 역시 사용하는 유전자를 조사하고 지도로 만든다는 점에서 뇌전사체지도와 목표가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인간뇌단백질체지도는 ‘인간뇌단백질체프로젝트(HBPP)’ 의장인 박영목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이 2010년부터 주도하고 있다. 현재는 기억과 학습의 중추이자 알츠하이머와 간질 등과도 관련이 많은 해마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연구팀은 질량분석기를 이용해 뇌단백질체지도를 만드는데,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성이 큰 장점이다. 아주 적은 양의 뇌 시료만 있으면 정확하게 단백질을 분석해낼 수 있다. 특히 올해 봄에 새롭게 완성한 기술을 이용하면 수μg(마이크로그램) 정도의 시료만으로도 가능하다. 세포 수로 따지면 약 1000~5000개 수준이다. 박 연구원은 “이 정도 시료로 정확한 단백질체를 연구할 수 있는 실험실은 세계적으로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뇌과학에서 시료를 적게 쓴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이다. 사람의 뇌를 구하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연구를 시작하던 3년 전에는 1000배 많은 수준인 mg대의 시료가 있어야 했는데, 지금은 훨씬 적은 양으로 정확한 분석이 가능해져 연구에 탄력이 붙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응용해 국내 뇌과학자들과 뇌의 기능적, 생리학적 성질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도 진행 중이다.


 
미지의 뇌, 우리의 풍경이 될 날은 언제

올해 6월, ‘네이처 메소드’는 뇌지도화(브레인 매핑) 특집호를 냈다. 특집호의 사설은 이렇게 한숨 섞인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우리는 여러 세기에 걸쳐 경이로운 신체 기관인 뇌를 열심히 연구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놀라고 있다. 뇌가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사실에 대해 말이다.”

이제 세계는 뇌지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도는 끝내 완성될 것이다. 하지만 뇌과학자들은 다시 큰 한숨을 내쉴 것이다. 뇌라는 미지의 대상 앞에서 막막하긴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탐험은 늘 그런 한숨 속에서 다시 시작됐다. 미지의 뇌가 눈 앞에서 비밀을 벗는 순간도 그런 탐험 속에서 다가올 것이다.
 

독자의견